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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나무의 소설/장편소설

[재나무 장편소설] 55분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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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아 게임 적당히 하고 밥먹어"
학교와 학원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나는 신나게 게임을 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엄마가 그 말을 하기 전, 소름끼치는 말을 들었다.

내 친구 A와 B가 죽었다는 말을 문자로 봤기 때문이다.

친구의 말을 들으니 더 소름이 끼친다.

"야, 그거 있지? 오늘 A,B 죽은거. 근데 더 이상한 게 뭔지 알아? 

현장에서 혈흔이 발견됐대. 경찰 말로는 이 사태의 틈을 타서 사람을 죽였다나.

더 무서운건, 전국에서 이 사건이 엄청 많이 나오고 있다는 거잖아.

이젠 어떡하냐 우리"
밥을 먹고 있었지만 나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신경쓸 수 없었다.

난 충격과 공포로 시간을 보내던 와중, 밤이 되었고, 아빠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돌아오셨다.

아빠는 물을 달라고 외치다 방에서 쓰러지다시피 누웠다.

난 불안을 떨치기 위해 게임을 했다 엎어져 잤고,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일어나 보니 9시였는데, 엄마와 아빠는 뉴스를 보며 밥을 먹고 있었다.

내가 아빠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자, 아빠는 대답했다.

"어제 나 죽을 뻔한거, 알아? 그것도 2번이나 말이다.

어제, 회사에서 그 본부장이란 놈이 잠시 담배 좀 피고 오겠다 했는데 퇴근길에 입에 담배가 가득 쌓여 죽어 있었단다.

 퇴근하고 술 좀 마신뒤 돌아오려는 우리 팀원들은 안놀랄 수가 없었지. 

근데 말이야, 그 팀원들이랑 같이 걷고 있었는데, 계속 사람들이 줄어드는 느낌을 받았어. 

그러게 계속 걷다보니 나밖에 안남은거야? 놀라서 뒤를 봤더니 '정장을 입은 한 점잖은 남자'가 

내 팀원들을 죽이고 있던 거지. 난 재빨리 달려서 겨우 살아남긴 했는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

다행이도 난 원래부터 술 잘 못마시잖아? 그래서 난 안마셔서 잘 뛰었지. 다행이도 그 남자는 정장 때문에

잘 못뛰더라고. 아무튼 집에 가고 있는데, 내가 죽어가는 느낌을 받았어. 뭔가 서서히 녹는 느낌이었지.

시계를 보니 술집을 나선지 50분이 됐더라고. 난 그래서 바로 편의점 가서 좀 있다가 심야버스 타고 간신히 왔지.

내가 팁을 하나 알려주자면, 밖에 나선지 50분정도쯤 됐으면, 물한잔 마셔주면 좋아."
"아,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물을 외친거에요?"
"바로 그렇지. 역시 하나를 알려주면 하나는 아는구나"
아빠의 말을 들어보니 밤에도 사람이 죽는다는 걸 깨달으니 태양 때문인것 같지는 않다.

뉴스에선 한 과학자는 지구의 종말이 찾아왔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자기장이 어쩌고 저쩌고라 하고, 혹자는 제트기류 때문이라고 한다.

난 딴건 몰라도 제트기류는 상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밥을 먹고, 우리 학교에서 죽은 학생을 위한 합동장례식장에 찾아갔다.

그곳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어떤 정신이 나간 것 같은 사람은

위험하답시고 영상통화를 하며 집에서 육개장을 먹고 있는 것이었다.

난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집에 도착했을 때, 아빠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다.

"이게 코로나랑 뭐가 달라.. 나중엔 또 온라인수업 하겠지 뭐"
우리학교 대화방에 글이 올라왔다. 

우리 학년 체육쌤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다.

친구들은 놀랍게도 기뻐하고 있었다.

드디어 정신이 나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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